불암산 자락

항구에서

예은박선순 2017. 5. 3. 05:58

 

 

 

 

작은 항구에서

 

 

 

비릿한 바다 내음

갈매기가 끼룩 거리며 날아 다니고

잔잔한 파도가

평화롭기만하다

 

자판을 펼치어 놓고

오고 가는 이들을 부르던 상인들

삶의 터전이였던 정겨운 곳

이곳에서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외침도 없고 흥정도 없네

 

한마리 생선이라도 더 팔고자

길손들을 붙잡던 그들의 모습도

보이질 않는다

현실에 맞게 새로이 마련 된

건물 안에 갇히어 버려

정이 떠나간 자리 일 뿐이다

 

그와 함께 거닐던 곳을 되 짚어 보는데

그 자리가 낯설 뿐

기억 조차 가물 거리게 한다

 

현실에 밀려

말끔히 정리된 부두

삭막한이 감도는건 나만의 생각이였는지

기억속에서 달아나 버린 자리에서

기억을 찾으려 애를 써본다

 

아아

저기쯤 였을거다

내게 따스함을 전 해주던

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이

 

세월이 사라지는 것만 아니구나

모든 것이 다 변하고 사라지니

그 자리라 찾아 온 곳이

아무런 기억도 없이 빈 곳이다

잃어버린 것들을 찾으려 했는데

무심한 시간은 모든걸 다 덮어 버렸다

 

빈 항구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돌아 오는 길은

세월이 가져간 껍데기를 붙잡은

나에게 책칙이라도 하는지

허무를 말 하는가

 

 

 

 

 

 

禮恩朴仙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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