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집 담에만 피던 꽃
애달픈 사연을 품고 피어난 꽃
붉디 붉고 화려한데
품은 연정은 가엾어라
담 넘어 들리는 발자국 소리
행여 임 일까 기다리는 마음
오늘이면 만날까
내일은 오실까
마음 조아리며 기다림
어이해 못 오시나
어이해 외면 하시는가
차라리 만나지나 말지
단 한번의 만남은 야속 하도다
소화의 기다림을
임은 모른 채 하니
애타는 마음 어이하리오
아
아
임이여 한번쯤 품어 주소서
기다림에 지친 소화는
어이 하리까
뭉글뭉글 피어나
뚝뚝 떨어진 꽃은
심장에 꽂힌 아릿한
붉은 선혈
다 피어나도 지지 못 한 꽃
시들 수도 없어
발 아래서 나 뒹굴고
오지 않는 임의 야속함이여
오늘도 소화는
한 번 맺은 인연을 기다리네
알은채 하지 않는 야속한
임의 마음에
오늘도 소화는
애간장이 타누나
禮恩朴仙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