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나를 온통 흔들고
메마른 기억 속으로 스멀스멀
찾아 들어 오는 것은
차가운 기운을 말갛게
씻어 버리는 봄비일까
희뿌연 마음속 아스라이 먼 기억들은
채곡채곡 지난 영상을 돌린다
시냇가에서 잡던 가재
갯버들강아지의 간지러움
작은 터 사이로 고개를 내민
복수초, 할미꽃
나물 바구니 속 쑥, 꽃다지
함께 하던 붕우朋友들은 어디에
이제 머리는 하얗게 새어 지고
차마 말 못 하던 풋 사랑 기억들이
사르르 사라져 간다
그들의
그림자가 자꾸 밟히는 봄날
행여 소식이 바람결에 따라올까
030322
禮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