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 자락

가는 시간

예은박선순 2003. 12. 19. 09:27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늘 나를
    긴장 되게 한다

    한 장남은 달력이 그렇고
    마지막 편지가 그렇고
    내게 남은 기억이
    그대가 오랫동안 나의 기억에서
    지워지지 못 하는 것이 그렇다

    나 인정하기 싫어서 나이보다 좀 더
    젊게 멋을 부려 봐도 어쩐지 어색하다
    집에 돌아와 거울 앞에서
    아직은 제자리 잡지 못한 새치에
    숫자를 자꾸만 줄이려고 애쓸 뿐이다
    늘어가는 잔주름조차 어찌 막을 수가 없으니....

    자꾸만 밀려오는 나의
    나이 먹음이 서러움과, 세월에 무상함 때문에
    긴장 속에서 나를 발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름답게 채색 해 보리라던 시간은
    멀리 흘러만 가는 것은 아닌지
    잔잔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다가도 문득문득
    지난 시간들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다 지워버리고 새로운 날을 맞이할 때마다
    상큼한 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
    몸부림치고 최악의 발악을 해도
    시간은 흐르는 것인데......

    어리석은 짓은 이제 그만두고
    가장 멋있는 나를 발견하고 싶다
    스스로가 터득한 내 아름다움이 있지 않은가
    짙은 향 내음이 아니라도
    나만이 풍기는 고고한 멋이라면 더욱 좋으리라

    자신의 삶을 위해서 시간을 투자하고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하며,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삶을 스스로 가꾸고 영위 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내 고운 벗들과 함께
    햇빛좋은 날 한 잔의 커피를 만들어
    기왕이면 씽긋 웃는 모습으로
    상대에게도 나에게도 부담 없는 멋있고,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나의 은은한 향기를 내 뿜고 싶어라....

    순간,순간 떠오르는 어떤 생각도
    곱디고운 생각으로 바꿔 가면서
    내 숨겨진 끼를 표출시키며,
    이제는 고운 내가 되리라.

    그리하여 먼 훗날 스스로에게
    얼만큼 아름답게 조정하며 살았는지를 반문해보며
    최선을 다해 마지막 남은 시간은
    매일 매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또한, 유서를 쓰고 싶다
    처음 시작한 유서가 다소 서툴지라도
    솔직히 내 살아온 시간들을 고백 할 수 있으리라...
    가는 시간은 어찌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아름답게 채색이 되지 않을지라도
    나의 숨겨진 내면에 향기로 가리라

    이제는 날 보리라
    남은 시간을 충분히 취하는 날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