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 자락

#잊혀진 시계

예은박선순 2022. 10. 21. 19:07





34년 전 시계가 아직 내게 있다
고장 나고 줄이 꺽여 버린지 오래 되었는데
차마 버릴 수 없어
이리 저리 굴리고 먼지가 쌓인 채 어디에선가
자리 잡고 있는 시계

언약의 징표
시간을 소중히 쓰자고 서로에게 준 저 시계

그의 시계은 잃어 버려 없고
고장난 나의 시계
가끔 눈에 띄어
그날을 추억하게 하고는 한다

죽는 날 까지
머물 수 있을까
몇번이고 버릴까 하다간
아무렇치 않게 뒹구르며
나 여기있노라 하며
눈에 띄고는 한다

멈추어 버린 시간이 아니라
하루 두번 제 시간은 맞을 터

오늘도 빛바랜 추억속에
하얀 웨딩 드레스와
그를 생각 해 보며
되돌릴 수 없는 그 시간

그날의 예물을
멍 하니 보며
행여 시간이 다시 갈까
밥을 주어 보며
귓가에 대 보지만
들리지 않고
내일을 향해 더 갈 수 없는
고장난 시계이여라





121021
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