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 자락
언제나 같은 길에서
예은박선순
2020. 2. 3. 16:03
언제나 같은 길에서
이정표가 없어도
길을 외운다
어디메 쯤 이면
무엇이 나오는지 알지
삶에서 가끔은 피고름이 흘러도
자신과 싸움에서 이기려 하지 않고
조용히 길을 걷는다
오늘은 몹시 피곤타
슬그머니 운동복 차림으로
길을 나선다
오늘은 만날것이다
얕은 천 물 속에서 노니는 녀석들을
꼬리를 흔들며 반겨 주려나
예상은 적중했고
흰색 녀석만 반기네
한참을 바라보며 인사하고
조금 움직이니
역시
붉은빛 녀석이 숨었다
부끄러웠을까
이길을 걷는 것은
화려하거나그리 이쁘지는 않지만
길 속에는
나의 욕망과 욕구를 잊게 하며
수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