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 자락

아바이의 유월

예은박선순 2013. 6. 12. 13:18

아바이의 유월

 

 

 

 

 



함경도에도 전쟁이났다고
빨리 남으로 가라던
할아버지 말씀
남으로 남으로 가야만 살 수 있다 하신
선친에 말씀 따라
무작정 걷고 걸어 남으로 내려 왔네

총탄이 날아 들고
여기저기에서 아수라장이 펼쳐져도
질긴 목숨 보존하려
두눈을 꼭 감고 한없이 남으로 내려 왔네

시간이 흐를수록
함경도 혜산에 남겨둔 가족 생각에
이를 악 물고 살아 오면서
행여 남은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
이산가족 찾기도 포기하셨다

그리움을 가슴에 묻은 채
점점 늙어 가고
꼭 한번이라도
만나고 싶은 가족들을 차츰차츰 잊혀질까
그 이름을 써 보며 그 얼굴을

그려 보기도했지

애써 목놓아 불러 보지도 못한 채
아바이는
만날날만 기다렸는데

씻기지 않는 업이던가
무심한 세월은 아바이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덧 없이 흘러만 가는데

 

 

난 아바이 대신

유월 하늘을 바라보며 소원한다

이젠

아바이 아픔을 놓아 달라고.









130612

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