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 자락
그때가 그립다
예은박선순
2010. 1. 4. 21:03
겨울이면 추워야 제 맛이란다
오늘 많이 춥다
어릴때 추운 날들에 기억난다
아궁이 속에 불을 짚히고
그 불을 꺼내어
화로에 담아 차디찬 윗목에
놓아 두었던 기억
꽁꽁 얼어 붙은 실개천에서
미끄럼 지치던 기억
손등이 갈라지고 피가 나건만
아픈 줄 모르고 마냥
자유롭게 뛰어 놀던 그때
저녁이면
호야 등불 아래
온 식구가 한 자리에 모여
아랫목 차지를 하려고
이불을 서로 끌어 당기던 그때
아침에 눈 뜨면
호야 등불에서 나오는 끄으름 때문에
코 밑에는 까맣게 끄으름이 있었지
창가에 성에가 하얗게 끼면
알 수 없는 낙서들이
써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좋을 것도 없던 시절
그래도 그때가 있기에
추억하며 살 수 있는가
난 겨울이 좋다
텅빈 충만 만
기억하면 되니까
091226
禮恩